Told by an idiot

기술 발전의 기회비용

2년 내 SSD의 가격이 대중화 가능한 선으로 떨어지면 컴퓨팅의 미래가 바뀌리라는 기사. 컴퓨팅의 미래가 정확히 어떻게 바뀌는지 지목한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짚어보면 이거다:

The current and future classes of SSDs are going to change all that. I can imagine sitting down, booting up and before I can lift my coffee cup, the computer has come up and is running startup programs. This will take some getting used to since it will change my and everyone’s work flow somewhat. Instead of all the little interruptions you get from waiting for something to happen, the response will be nearly instantaneous. This will tend to keep me more focused since I’m a procrastinator by nature, and get distracted quickly, like whenever I see a spinning beach ball. If a computer works as quickly as I feel it should work, I will be more engaged.

요약하자면 하드디스크 도는 동안 주의가 산만해져서 딴 짓 하기가 쉬운데, 그게 없어지면 여러 모로 능률이 오를 거라는 거다.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비교우위는 점점 예전 기준으로 보면 시시해보이는 데서 나올 거고 - 그러니까 “와 된다"가 아니라 “와 (더) 잘 된다” - 그런 면에서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근데 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한심하다. 그러니까 주의력 산만한 사람들 집중력의 보완재로 하드웨어 속도가 빨라져야 된다고?

요즘엔 테크놀로지가 좀 더 사소한 데서 효용을 추구하기 시작한 이상 그 기회비용을 인지하고 산정하는 방법도 좀 변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능적으로 전에 안되던 일을 되게 하는 기술적 발전이라면 비용이 좀 드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에도 되는 일을 “좀 더 매끈하게 잘 되게” 하는 기술적 발전에 드는 비용은 얼마만큼이 적당할까? 단순히 연구개발비용만이 아니라 생태적인 비용(SSD와 HDD중 어느 쪽이 더 환경친화적일까), 문화적인 비용(계속해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한다는 것은 지나친 소비주의가 아닌가), 사회적인 비용(선진국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조금 더 편해지는 것보다 정보산업화에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을 돕는 데 더 많은 돈이 쓰여야 하지 않나) 같은 것들을 포함하면 대차대조표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괄호안에 쓴 것들은 나도 답을 모르는, 그러나 연관되어 있을 것 같은 질문들이다)? “커피잔을 집어들기도 전에 컴퓨터가 부팅되는” 편안함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돈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지난 몇 년간 SSD를 괴롭혀 온 wear-out 문제는 컨트롤러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일반적 사용패턴에 맞춰 볼 때 큰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해결된 것 같다. No Free Lunch theorem을 감안하면, 기술적 평면상에 분명히 뭔가 trade-off가 있었을 거다. 컨트롤러 알고리즘이 조금 더 복잡해졌지만, 대신 SSD 자체가 HDD에 비해 워낙 빠르니까 여전히 매력적인 속도일 뿐. 근데 이게 무한히 단선적인 발전이 가능한 신비한 기술의 세계 이렇게 읽히면 좀 곤란하다. 사회적 기회비용에도 분명히 NFL theorem이 적용될테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건 theorem이고 뭐고 생활의 지혜니까. 우리 생활이 기술 발전 때문에 조금씩 좋아질 때마다 어디서 비용이 증가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