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d by an idiot

노동계급

John Prescott은 노동당 정부에서 내무부 장관을 거쳐 부총리를 역임한 영국 정치인이다. 아버지는 철도 역무원이었고 본인은 외항선을 타면서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이 갖게 되었다. 철저히 노동운동을 통해 성장한 정치인인데, 투박한 언변과 괄괄한 성격때문에 기성 정치인들 - 특히 Oxbridge 출신의 보수당 의원들 - 로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다. 젊어서 권투를 했던 프레스콧은 자신에게 계란을 던진 시민에게 바로 주먹을 날리기도했고, 정치활동 중 받은 스트레스때문에 대식증에 걸리기도 했는데 이런 면면들이 종종 코메디의 소재로 이용되곤 한다.

BBC 2에서 “The Class System and Me"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이 있다. 부총리 직에서 사임한 프레스콧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현대 영국에서 노동계층의 위치를 살펴보는 프로였는데, 중간에 프레스콧이 전형적인 노동계층 주거공간인 저소득층 임대아파트에 찾아가 거기 사는 10대 소녀 세 명을 만나는 장면이 있다. 여기 기막힌 장면이 나온다. 프레스콧이 소녀들에게 “너네는 무슨 계급이라고 생각하니?“라고 묻자 누가봐도 전형적인 노동계급 출신인 - 사실인즉 chav라 불리우는 - 이 소녀가 대답하기를 “중산층(middle class)이요"라고 한다. “노동계급(working class)은 아니고?“라고 되묻자 돌아오는 답변:

“나는 일을 안하고 있으니까(not working) 노동계급(working class)는 아닌 것 같아요”

오늘 이 트윗을 보고 문득 이 장면이 생각났다. 물론 믿는 건 본인들의 자유이겠으나 저 오해(?)가 천박한 사회권력과 동거중이라는 것이 한국의 비극 중 하나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