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d by an idiot

재미있는 영국 부가가치세

오늘 Z님이 재미있는 트윗을 날리셨습니다.

쵸코렛 눈만 박힌 진저브레드 쿠키는 VAT 안내는데 쵸코렛이 그보다 더 붙어있으면 내야함. 며느리도 모를 VAT 정책.

인용된 기사는 이번에 새로 수립된 영국의 자민-보수당 연립정부가 첫 예산안에서 부가가치세를 17.5%에서 20%로 상향조정한 것을 다루는 Guardian 기사인데, 중간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많은 종류의 편의상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콜렛 눈 두 개가 장식된 진저브레드 맨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지만, 그보다 초콜렛이 더 달린 제품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이것도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여기에 얽힌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에서 “초코파이"처럼 원래는 제품명이었지만 지금은 보통명사가 되버린 과자 이름이 있는데 바로 Jaffa Cake입니다. Jaffa 오렌지에서 이름을 따 온 이 과자는 다이제스티브 비스킷으로 유명한 맥비티社가 1927년에 만든 제품입니다.

Jaffa Cake은 비스켓 정도의 크기의 스폰지케익 안에 오렌지맛 잼을 넣고, 겉에는 한 면에 초콜렛을 바른 과자입니다. 한데 1991년에 영국 세무성이 맥비티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유인즉 비스켓/케익 제품군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던 Jaffa Cake이 실은 사치품목에 해당하는 “초콜렛 비스켓"이므로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영국에서 비스킷/케익에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이유는 이것들이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이고, 비스킷/케익이 생활필수품인 이유는 당연히 티타임에 티와 함께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티/커피도 부가가치세 면제입니다(여담이지만, 병에 담아 파는 생수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부가가치세를 냅니다). 그냥 비스킷/케익은 부가세 면제, “초콜릿 비스켓"은 사치품이라 부과 :)

맥비티는 기막힌 논리로 부가세를 피했는데, 내용인즉 이렇습니다. “비스킷과 케익은 어떻게 다른가? 비스킷은 오래 두면 원래 딱딱했던 것이 물러지고, 케익은 오래 두면 원래 부드러웠던 것이 딱딱해진다"는 것이죠. 그런 다음 재판부에 실제로 자파케익을 오래 두면 딱딱해진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함으로써 자파케익은 비스킷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미니어쳐 케익이라는 점을 증명(?)해 낸 것입니다 :)

원래의 트윗으로 돌아가보자면 진저브레드맨의 경우 초콜렛으로 눈을 두 개 장식하는 것 까지는 진저브레드 “맨"의 정체성을 고려해 “사치"에 해당하는 장식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그 이상 초콜렛을 얹었을 경우에는 사치품인 “초콜렛 비스킷"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영국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다른 품목들은 가공되지 않은 식자재, 아기용품(예: 기저귀), 책 등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생리대에 부가가치세를 없애야한다는 운동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성과가 있었나 궁금하네요. 자파케익같은 논리라면 한국에서는 역시 라면에 부가세를 없애줘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