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d by an idiot

책을 재발명하지 말아주세요

이번주 펭귄이 공개한 interactive eBook 데모에 대해 TUAW에 올라온 기사. 종이책에 대한 애정은 차치하고서라도, 디지털 버전의 책이 어디까지 “책"이라고 불릴 수 있을 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아래 글에는 언급이 안됐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건 “광고"다. 오만과 편견을 읽는데 키라 나이틀리 사진이 나오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오만과 편견 영화버전의 iTunes Online Store 다운로드 링크가 뜬다고 생각해보면? eBook이 책 본연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확장해주는 건 좋지만, 이도저도 아닌 근본없는 인터랙티브/멀티미디어 복합체가 되는 것도 쌍수들어 환영해야할까? 아래는 기사 번역이다.

존 매킨슨씨와 펭귄북스에게: 책을 재발명하지 말아주세요 Michael Grothaus

언젠가 한 작가가 말하길 “독서는 다방면으로 발달된 인격을 만든다"라고 했다. “독서(책읽기)“라고 했지 “책 보기(watching literature)“라고 하지 않았음에 주목하자.

paidContent:UK에 펭귄북스의 CEO인 존 매킨슨(John Makinson)이 화요일에 런던에서 한 발표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매킨슨은 출판업자들이 어떻게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이북스토어에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책 모두에 오디오, 비디오, 스트리밍을 추가할 것입니다. 현재 e북 표준인 ePub 포맷은 고전적인 서사 텍스트(narrative text)를 위해 고안된 것이지,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멋진 새 상품(this cool stuff)엔 맞지가 않아요"란다.

그가 말하는 “멋진 새 상품"은 책을 어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해서 독자들 사이에 실시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그 밖의 여러 가지 멀티미디어 효과를 탑재하는 것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매킨슨에 따르면 “책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립할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을 펼치면 해당 소설의 영화판에 등장했던 키라 나이틀리와 콜린 퍼쓰의 동영상이 따라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매킨슨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동영상 책 소개가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아직 모릅니다. 오직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시간 대화, 커뮤니티 포럼, 그리고 동영상이 포함된 디지털 미디어 포맷은 이미 존재한다: 웹. 어쩌면 인터랙티브 블루레이 디스크일지도 모른다. “책"이란 (종이건 디지털이건 간에) 페이지 위에 나열된 단어이고, 눈을 통해 받아들이고 두뇌에서 독자 스스로가 많은 정보를 더하는 가운데 -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어떻게 생겼고 목소리는 어떤지 - 흡수하는 매체이다.

세상에는 이미 전혀 머리 쓸 일 없는 여흥이 충분히 존재한다. 내가 전쟁과 평화를 읽고 있는 중에는, 성우가 베주코프의 다이얼로그를 소리내서 읽어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나 혼자 읽고서 그가 무엇을 왜 말하는지에 나만의 생각과 추측을 더하고 싶단 말이다. 영화를 보거나 오디오북을 들을 때에는, 상상의 여지가 많지 않다. 능동적 참여가 수동적 수용으로 변하는 것이다.

독서는 실제로 당신을 다방면으로 발달시킨다. 진짜로. 글을 읽을때는 두뇌 안 시냅스들 사이의 연결이 변하는데 시트콤이나 영화같은 수동적인 여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독서의 마술은 독자가 이야기에 능동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데에 있다. 독자는 사상을 이루는 문단, 문단을 이루는 문장, 문장을 이루는 단어에 주의력을 쏟아야만 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동시에 군것질을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식은죽먹기다. 책을 읽을 때에는 읽고 있는 페이지에 온전히 나 자신을 바쳐야 한다.

누구에게나 책 속 등장인물이 자신 스스로도 마음에 품어봤던 무언가를 말하거나 생각하거나 행하는 것을 읽으면서, 잠시 동안이나마 책 속에서 읽은 것과 실제 세계에서 경험한 것 사이에 그어진 평행선을 통해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번잡한 온라인 채팅방이나 동영상을 통해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조용한 자기 관조에의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펭귄북스는 언제나 “문학"이었지 “인터랙티브 잡탕밥"이 아니었다. 펭귄의 창립자인 앨런 레인(Allen Lane)은 기차역에서 잡지와 싸구려 소설류를 파는 매대 앞에 서 있다가 새로운 회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스스로가 읽을만한 책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자판기에서 팔 수 있을만큼 싸면서도 검증된 품질을 지닌 고전문학 페이퍼백을 출판하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오늘날 그 자판기는 애플의 아이패드인 듯 하다. 그 자판기로 말하자면 잡지와 궁합이 좋음은 물론, 슬프게도, 펭귄이 상상하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책에도 적합한 듯 하다. 나로 말하자면 책을 디지타이즈하는 데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버전의 책에도 분명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내 동료가 말했듯이, 여백에 메모를 한다거나 밑줄을 긋고 책갈피를 꼽는다거나 글을 읽다말고 사전을 찾아보는 것 등의 기능 말이다. 하지만 단지 화려함과 잠깐의 주의를 끌기 위한 기능들은 넣지 말았으면 한다.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여흥이라면 오늘날의 세계에 이미 차고 넘친다. “인쇄된 글"에 촛점을 맞춰라. 앨런 레인의 비젼을 따라서 문학의 “질"을 보존해라. 오늘날, 글에다 동영상을 더하면, 글은 사라지고 그 결과 “다방면으로 발달된 인격"은 오히려 더 퇴보하는 일이 많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