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d by an idiot

진화론적 공포

최정균 교수님의 유전자 지배 사회를 읽다가 문득 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발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과 그에 딸린 각종 문화, 윤리같은 추상적인 가치체계, 좀 더 나아가서 고등의 지능같은 생물학적인 기능이 단선적인 발전의 최종목적지가 아니고, 이기적인 유전자(…)가 “이거 해보니까 별로 사는 데 도움도 안되네"라고 생각해서 어느 순간 포기해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 앞으로 진화 과정에서 - 그게 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 두뇌가 퇴화할 수도 있다면?

생각해보면, 인류가 핵전쟁으로 스스로 멸망한 뒤에도 바퀴벌레들은 지구에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클리셰에 가까운 것이니까 이게 왜 새삼 새로운 공포로 느껴졌나 싶다. 은연중에 Dual Inheritance Theory같이 생물학적 유전 이상의 무언가가 우리를 계속 이끌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나보다. 그럼 갑자기 겁이 난 이유는 뭐냐? 태평양 양쪽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보니 지쳐서 그런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