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d by an idiot

말도 안되는 직장이 너무 많지만, 절망하지 말자

Yes, too many of us are in pointless jobs – but don’t despair

리아논 누시 코슬렛(Rhiannon Lucy Cosslett) / 가디언

기 디보르는 특유의 선견지명으로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사랑과 쓰레기 청소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모두가 쓰레기를 골랐다”고 한탄했다. 짐작하시겠지만 상황주의 인터네셔널은 미래를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이 런던 지하철 광고판에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을 보다니 즐거운 일이다.

문제의 포스터에는 “자기 직업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남몰래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노동의 신성함을 논할 수가 있는가?”라고 적혀 있다. 무정부주의 잡지인 Strike!가 벌이는 #bullshitjobs 캠페인의 일환이다. 또 다른 포스터에는 “현 상황은 우리의 집단적 영혼에 도덕적 영적 상처를 입힌다. 그런데 아무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으로 “마치 우리 모두를 취직시키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아무 목적도 없는 직업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라는 것도 있다.

새해 첫날 출근길에 저런 거나 보라고 잘하는 짓이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지하철 광고가 맘에 든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만성 피로와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좀비떼가 겪는, 영혼을 파괴하는 그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쓰레기 청소부가 다 뭐냐. 똥 퍼내는 삽을 휘두르며 불복종 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세상이 #bullshitjob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신자유주의, 서비스 중심 경제의 자연스런 귀결이다. 여러분 친구를 두고 “쟤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걸까?”라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말 난 김에, 나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지? 대체 다들 무슨 일을 하는거야?” (이 시점에서 여러분의 두뇌가 귓구멍을 통해 녹아 내리겠지만, 데이빗 카메론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숫가락으로 입에 다시 떠 넣어 줄 것이다. 조지 오스본은 소득공제를 가지고 널 목욕시켜 줄 거고.)

하지만 여기에 대해 불평을 하거나, 감히 직업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자본주의 하에서 가장 무서운 죄명인 “게으름”을 뒤집어쓰게 된다. 혹은 수상쩍으리만큼 “야망”이 없다는 죄목 하에, 노동계급이라면 “빈대” 취급을 받고 중산층이라면 “도덕적인 책임감도 없는 물러터진 새천년 세대” 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절망하지 마시라. 인간의 생존 본능이란 무서운 것이다. 아무 목적 없어 보이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 남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내가 추천하는 방법들이다.

건강한 내적 생활을 향유해라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침착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은 스스로의 사람됨을 규정하는 데 있어 자기 직업에 별 무게를 두지 않는다. 대신 직업 외의 삶에서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하는 일들이 더 중요하다. 기 디보르는 모든 혁명의 중심이 최대한의 쾌락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신도 당신 개인의 혁명을 시작해보자. 음악을 듣던지, 책을 읽던지, 섹스를 하던지, 뭐든 창조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그런 다음 직장 대신에 여기에 마음을 쏟아라. 근무 시간 중에도 계속 할 수 있다면 더 좋고.

보통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라

같이 모여 노는 걸 “FaceTime”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나, 매사에 “앞으로는(going forward)”라고 하는 사람들 말고. 이 사람들은 혁명과 함께 바로 총살이다. 대신에 가족과 친구,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라. 사랑이 답이다 (아니, 사실 술과 약으로 고통을 잊는 것이 답이지만, 그래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

게임인 척 해라

장난같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직장과 관련된 정신질환이 오는 것을 연장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내 친구는 테스코에서 밤 사이에 선반에 물건 진열하는 일을 했는데, 음식 모양으로 된 테트리스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고객 응대하는 이메일에 Cradle of Filth 가사를 얼마나 몰래 끼워 넣을 수 있는지 본다던지 직장 동료에게 은근히 심리적 고문을 가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것도 좋다. 만약 미용사라면, 오직 당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고객 모두의 머리를 일부러 엉망으로 잘라볼 수도 있다 (내가 가는 미용실 미용사처럼).

꿈을 포기하지 마라

우리 시대 최대의 거짓말은 스티브 잡스들이 하는 말이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려면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바로 그 거짓말. 사랑스런 생각이긴 하지만, 베이비 부머들로부터 이 거짓말을 전해 듣는 세대에게 만족스런 직장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치품이다. 대신, 일종의 변태적인 보상으로써, 노예 수준의 월급과 0-hour 계약서와 가짜 직함이 주어진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우울해보일지라도 어릴 적 꿈을 놓지 않고 추구할 필요가 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화를 내라

사는 게 피곤하다. 나도 안다. 특히나 영국은 유럽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아닌가. 당신이 화가 날 만도 하다. 우리 모두 화가 난다. 러셀 브랜드가 끄집어 낸 복고풍 무정부주의 펑크 표현을 빌자면 “혁명 하자고, 응?”이다 (아니면 적어도 낮잠이라도 잠깐 자자). 더 합리적이고 유연한 근무 시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월급, 그리고 희롱과 착취로부터의 자유를 위해서 운동을 벌이자. 투표를 하자. 노조에 가입하자. 이 나쁜 놈들을 재판에 부치자 (어머나, 무료 법률 자문은 못받으시겠네요). 직장이 #bullshitjob이라면, 거기서 건질 수 있는 뭐라도 건져야 할 것 아닌가.

  • 역자주: “Going forward"는 딱히 한국어로 뭐라고 옮겨야 할 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괜시리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려고 습관적으로 잘 쓰이는 관용구여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0-hour contract는 계약직 계약 서류에 실제로 계약하는 시간을 안적는 고용 형태로, 통계에는 고용된 것으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수입이 없거나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영국에서 성행해서 사회문제. 무료 법 자문 이야기는 영국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LegalAid 지원이 줄어든 것을 두고 비꼬는 이야기이다.